[교육부 소규모학교 혁신 방안 규탄과 철회를 위한 전교조 영남 5개 지부 공동 기자회견문]
소규모학교 혁신선도지역인가,
작은학교 통폐합 선도지역인가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영남권 5개 지부(경북·경남·대구·울산·부산)는 교육부가 지난 6월 10일 대구 군위중학교에서 발표한 「교육혁신선도지역 기본계획(시안)」과 「소규모학교 혁신을 통한 지역 교육력 제고 방안」에 대해, 현장 교사의 분노와 우려를 분명히 밝힌다.
○ 교육부 계획의 골자는 학교를 하나 없애면 최대 130억 원을 지원하고, 분교를 폐지하면 40억 원이라는, 대폭 확대된 인센티브 제도, 그리고 학교 통폐합의 최소 안전장치였던 학부모 과반수 동의 기준과 적정규모학교 권고기준을 모두 폐지하는 비민주적인 행보다. 교육을 살리는 지원보다 학교를 없애는 유인이 더 큰 정책을 결코 ‘혁신’이라 부를 수 없다. 교육부가 말하는 소규모학교 혁신은 허울일 뿐, 그 실체는 ‘학교 구조조정’이다.
○ 영남의 현실은 명백하다. 경북과 경남은 전국에서 농산어촌 학교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이며, 인구감소지역의 비율도 높다. 부산은 학생 수 감소와 원도심 공동화로 학습 격차가 심화되어, 부산시교육청은 올해 원도심·작은학교에 5천억 이상의 예산을 별도로 투입하고 있다. 울산 역시 소규모학교 교육격차 해소를 별도의 정책 과제로 다루어 왔다. 교육부는 대구 군위를 ‘혁신 모델’로 호명하지만, 정작 군위는 장거리 통학, 학부모 반발이라는 현실의 문제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 교육 현장과 지역사회는 학교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소규모학교에 교육과정과 돌봄, 교원 배치, 통학, 지역 연계를 더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왔다.
○ 무엇보다 분명히 밝혀야 할 지점은 이것이다. 인구감소지역의 학교가 학생 수만으로 정리할 대상인가. OECD는 농촌 학교가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젊은 가족의 정착과 지역공동체 유지에 필수적인 공공 인프라이며, 학생의 삶과 지역사회에 미치는 충격이 크기 때문에 학교 통폐합은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른 국내외 연구들 역시 통폐합이 교육성과 향상도는 물론 비용절감도 일관되게 보장하지 못하며, 오히려 장거리 통학, 학생 복지 악화, 공동체 약화, 지역경제 위축을 부른다고 거듭 확인하고 있다. 학교가 사라진 자리에 지역의 미래도 함께 사라진다. 이것은 지금껏 우리가 확인해 온 분명한 사실이다.
○ 다른 길은 분명히 존재한다. 공동교육과정, 농촌유학, 가족 체류형 주거 지원처럼 학교를 없애지 않고도 교육의 질을 높이고 지역을 함께 살리는 정책은 이미 효과를 입증해 왔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 길은 좁게 두고, 통폐합으로 가는 길에만 집중하고 있다. 민주적 논의 절차는 없애고, 권고기준은 폐지하고, 학교를 없애면 주는 인센티브 예산은 150% 올렸다. 이것은 자율이 아니라 압박이고, 혁신이 아니라 구조조정이며, 강요다. 뿐만 아니라 교육부는 학교 통폐합시 교사 정원을 줄이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등 학교급에 상관없이 교원이 교차지도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방하는 방안 역시 함께 제시하고 있다. 공교육의 전문성과 질을 오히려 하락시키려는 교육부를 규탄한다!
○ 전교조 영남 5개 지부는 오늘 이 자리에서 교육부에 강력히 요구한다.
하나, 통폐합 인센티브 확대와 학부모 과반수 동의 기준 폐지 방침을 즉각 철회하라! 학교의 존폐를 결정하는 자리에서 학부모와 지역주민의 동의를 빼앗는 행위는 교육민주주의에 대한 명백한 후퇴다.
하나, 소규모학교를 비용의 대상이 아니라 공공 인프라로 인정하라! 농산어촌과 원도심의 작은학교는 지역의 존속과 학생의 학습권을 지키는 마지막 거점이며, 이는 경제논리로 포기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 교육부는 헌법에 보장된 모든 국민의 교육권을 지역에 상관없이 보장하라.
하나, 학교를 유지하면서 교육여건을 강화하는 정책에 폐교 인센티브 이상의 재정을 배치하라! 학교를 없애는 데 130억을 풀면서 학교를 살리는 데 그만큼을 쓰지 않는 정책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하나. 교원 자격을 유연화하고 공교육의 질을 위협하는 「교육혁신선도지역 기본계획(시안)」과 「소규모학교 혁신을 통한 지역 교육력 제고 방안」을 철회하라! 교육 전문성을 보장 않는 교육력 제고 방안은 기만이다. 교육부는 소규모학교 관련 혁신선도지역 계획과 관련 정책을 즉각 폐기하라.
○ 학교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삶이고, 노동자의 일터이며, 마을과 지역의 구심점이다. 교육부가 이 요구에 책임 있게 답하지 않는다면, 전교조 영남 5개 지부는 학부모, 학생, 지역주민과 함께, 교육과 마을, 지역을 지키기 위해 더 큰 행동으로 맞설 것이다.
2026년 6월 22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 경북지부, 대구지부, 울산지부, 부산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