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경남교육의 공공성 후퇴를 우려하며,
교육 현장을 반영한 구체적 정책을 촉구한다
- 권순기 교육감 인수위 백서에 부쳐
○ 지난 7월 10일 권순기 교육감 인수위원회가 백서를 내놓으며 활동을 마무리했다. 제출한 백서는 “교육의 본질” 구현을 표제로 내세우며 “공교육을 통한 학력 향상, 인성 중심의 전인적 성장, 시대적 요구를 포용하는 통합 돌봄”이라는 세 축을 미래교육의 나침반으로 제시한다. 표면적으로는 반대하기 어려운 언어이나, 그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지난 12년간 진보교육감 체제에서 축적된 경남교육 혁신의 자산들을 축소·해체하려는 흐름이 뚜렷하다. 특히 몇몇 지점에서는 매우 우려스럽다.
○ 교육감 인수위 백서 정책과제 3-2에서는 “학생보호 3대 특별법”추진을 제안했다. 마약·성범죄 대응과 함께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위한 입법운동”을 공식 정책으로 제시하고,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위한 운동 추진”, “교육공동체 및 사회적 여론 형성”을 명문화하였다. 사회적으로 다양한 의견들이 맞물려 있는 쟁점이며 도교육청의 소관도 아닌 법안임에도, 교육감이 앞장서 형벌 대상 연령을 낮추는 입법운동을 정책과제로 제시한 것이다. 오히려 교육 현장과 관련된 시급한 법 개정 과제들은 산적해 있다. 학급당 학생 수 상한이나 교육활동 보호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인수위에서는 정작 현장이 애타게 요구해 온 법 개정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교육감 인수위원회가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케하는 부분이다.
○ 교육의 공공성 퇴행 역시 우려된다. 인수위 정책과제 5-3의 “경남과학고 KAIST 부설 영재학교 전환”은 전교조가 오랫동안 반대해 온 특권교육 확대의 전형이다. 인수위는 감소하는 과학고 정원을 창원과학고 정원 확대와 과학중점학교 확대로 해소한다고 하나, 이는 경남 고교체계 전체의 서열화와 수직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여기에 양산과학고, 창원국제고 신설까지 추진하겠다고 한다. <2025 공립 학교 회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특수목적고는 일반고의 1.7배의 예산이 더 지원되고, 보호자가 부담하는 수익자 부담경비도 3.6배에 달한다. 즉 과학고, 영재고, 국제고가 줄줄이 신설된다는 것의 의미는 일반고 공동화와 사교육비 팽창이다. 이미 무엇보다 교육의 본질 구현라는 백서 스스로의 정체성과도 완전히 반대되는 정책이다.
○ 정책과제 5-16의 마을교육공동체 해체 문제도 심각하다. 백서는 마을교육공동체를 ‘경남형 지역사회학교 프로젝트’로 “대체”하겠다고 밝히면서 그 근거의 하나로 ‘마을교육공동체 관련 사회적 논란의 해소’를 들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사회적 논란”이 무엇을 지칭하는지에 대해 백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오랜 시간 지역주민과 교사, 학부모, 학생이 함께 구축해 온 협력적 교육 생태계를 사업평가나 현장 의견수렴 없이 “대체”부터 선언한 것은 절차적으로도 부당하며, “폐교 등 유휴시설 활용 평생학습 거점” 중심의 재편 등으로 제시되는 것은 그간 경남교육에서 일궈 온 관계 기반, 지역 기반 교육을 시설 관리 중심으로 후퇴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 종합적으로 볼 때 인수위원회 백서는 구체성과 현장성이 부족하다. 권순기 교육감의 주요 공약인 ‘경남형 IB’도입에 대한 로드맵도 제시되어 있지 않으며, AI 안면 인식 정보라는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를 활용하여 학생의 위치를 파악하겠다는 ‘어디Go’에는 법률적 검토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이 전무하다. 반면,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이미 충분히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파크골프장 설치나 스터디카페, 옛 롯데백화점 마산점 부지 활용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이것이 지자체장의 인수위 백서인지, 교육감 인수위원회의 백서인지 혼란스럽다.
○ 경남교육의 현장성을 반영한 구체적인 교육정책다운 교육정책을 요청한다. 무엇보다 권순기 교육감은 교육의 본질 회복에 대한 원칙적 지지와 현장과의 소통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인수위 백서에 언급된, 교권보호 원스톱 서비스, 비교과 보결 지원, 교원 마음건강 지원, 아동학대 무고성 신고 대응 등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경남지부(지부장 김지성)가 이미 여러 차례 요구해 온 사항이다. 다만 백서는 교사를 보호받아야 할 정책수요자로만 서술할 뿐, 집단적 노동권과 단체교섭권, 노동조합과의 파트너십에 관한 관점은 사실상 부재하다. 교원단체나 현장 조직들과의 연계가 언급된 부분은 정책과제 4-2의 “교원단체 연계 및 소통 중심의 힐링 프로그램 활성화”가 유일하다. 현직자가 단 한명도 포함되어 있지 않은 인수위원 구성은 처음부터 큰 우려를 샀고, 그 결과 역시 현장성이 결여된 백서로 마무리되었다. 권순기 교육감은 이러한 인수위의 관점에서 탈피하여, 현장과 정기적으로 소통하고 교원단체 및 다양한 교육공동체 구성원들과 협업해나가는 것을 정책을 우선 원칙으로 삼기를 바란다. 인수위를 넘어서는 권순기 교육감의 정책을 요청한다.
2026년 7월 2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경남지부